어제 튀르키예 여자 배구 대표팀이 세르비아를 꺾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아래 사진).

아직도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튀르키예는 —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 여성이 남성보다 국제무대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편이다.
무슬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 중에서 튀르키예만큼 여성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없다. 여자가 얼마 전까지 운전도 못했던 사우디와 히잡 제대로 안 쓴 여자를 공권력이 두들겨 패는 이란과는 제도적으로 차원이 다른 세속국가다.
물론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법적으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튀르키예공화국을 만든 사람이 바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다.
여성을 성상품화한다는 비난이 있지만, 1929년 최초로 미스 터키가 나왔다 (아래 사진).



600년 오스만제국과 이슬람 전통이 강요한 히잡을 벗어던지고, 아내와 어머니 외에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여성상을 상징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서구화•근대화 모델로 삼았던 프랑스와 스위스보다 훨씬 더 먼저 튀르키예는 1934년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 여기에 제일 반대했던 쪽이 오스만제국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종교계였다.
난 아타튀르크의 방향이 옳았다고 본다. 그런데 이슬람주의 정권 20년을 거치면서 튀르키예 여성인권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현재 히잡을 쓰고 안 쓰고는 여성의 자유다. 그런데도 에르도안은 여성이 히잡을 쓸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얘기까지 꺼냈다.


과연 히잡 쓴 여성이 튀르키예에서 큰 불이익을 받고 있을까? 반대로 자유로운 복장을 한 여성이 린치를 당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튀르키예 언론에서 요즘 들어 부쩍 공공장소에서 히잡 쓴 여자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고 모욕을 준 시민들을 성토하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아무튼 이번 튀르키예 여자배구 대표팀의 쾌거를 축하하면서 아래처럼 아타튀르크를 함께 넣은 사진이 많이 보인다. 튀르키예의 딸들이 해낸 것을 보고 아타튀르크야말로 하늘에서 가장 환하게 웃었으리라.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5911946651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지구마을 딴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3년 9월 튀르키예 소비자물가지수 (0) | 2023.10.03 |
---|---|
🌎🇹🇷 뻔한 질문 모음 (0) | 2023.09.24 |
🇮🇳🇵🇰 견원지간 인도-파키스탄 (0) | 2023.09.02 |
🇹🇷 튀르키예야말로 현상 유지(status quo)가 답이다 – 2 (2) | 2023.08.30 |
🇮🇳 종교 극단주의의 시대 (0) | 202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