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극단주의의 시대

요즘 인도 관련 정보를 접할 일이 많아졌다.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는 수행자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활약하는 천재까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나라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 전 세계 모두 – 주목하는 인물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다. 모디가 누구냐?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인도 총리다 (아래 사진).

인도 총리실 트위터

위 사진 내용처럼 모디는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거기에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착륙에도 성공했다. 외교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Quad) 멤버면서 동시에 중국이 있는 브릭스(BRICs)에 발을 담그고 있다 (아래 사진).

QUAD. 출처: 일본 총리실

BRICs. 출처: 남아공 정부

인도 친구들 정말 국뽕에 빠질 만하다. 모두 모디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명실상부한 국뽕이 계속 주입되면 장기 집권도 가능할 것 같다.

모디는 힌두교도고, 정당은 인도인민당(BJP)이다. 그런데 당 노선이 힌두교를 넘어 힌두 극단주의, 힌두트바(Hindutva)까지 추구한다. 힌두교도 인도인에게 자부심 심어주는 건 좋은데 그에 비례해서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은 사라지고 있다.

인도에는 무슬림이 자그마치 1억 7천만 명이 있다. 인도 영화계 톱스타 샤룩 칸(Shahrukh Khan), 아미르 칸(Aamir Khan)도 무슬림이다. 그런데 15억 전체 인구에서 이슬람은 한 줌 소수 종교다. 그리고 소수는 타깃이 된다.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 불을 지르거나 무슬림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도 박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좌) 샤룩 칸, (우) 아미르 칸

그런데 원래 인도가 이런 나라였느냐? 인도 독립과 건국의 아버지로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와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가 있다. 간디는 힌두교도였지만 무슬림이 떨어져 나가 파키스탄 만드는 걸 막아보려다 암살당했다. 네루는 독립한 인도 초대 총리였지만 철저한 세속주의자였다.

(좌) 네루, (우) 간디

그런데 차츰 인도 정치에서 힌두교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렇게 힌두교를 중시하다 보니 다른 종교와 그 유산은 배척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무굴제국(1526–1857)이 남긴 타지마할(Taj Mahal)은 인기 관광지지만 이 제국을 보는 시각은 마치 우리가 일제(1910–1945)를 보는 것 같다. 내가 타지마할 얘기를 꺼내면 인도 친구들은 다른 관광지를 추천하기도 한다. 왜? 무굴제국은 이슬람 왕조였으니까. 무굴제국 치하에서 힌두교가 차별•박해받았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차례다 이건가?

내가 경악한 영상이 있다 (아래 동영상 클릭). 내용인즉슨 힌두교도 여자 선생이 다른 아이들 보고 무슬림 아이를 자기 대신 때리라고 시켰다. 자기는 장애가 있어서 못 때린단다.

때린 것도 문제지만 이 아이가 무슬림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에 1루피를 건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자기와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해도 된다고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파시즘은 '우리'와 '쟤/그들'로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 찬란한 역사와 미래를 부각하면서 과거 피해의식을 자극하고 희생양을 찾는다. 그리고 '하나'의 종교/민족/이념으로 뭉칠 것을 강요한다.

아무튼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곤 한다. 그러나 종교 극단주의는 민주주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릇된 대외 팽창 노선과 결합할 경우 그 끝은 항상 파멸이었다. 부디 다양성이라는 토양에서 인도의 자유민주주의가 지구를 대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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