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의 나라'라는 근거?

우리나라에서 형제의 나라가 어디냐고 질문하면 십중팔구 튀르키예라고 답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튀르키예에서 형제라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본 난 이게 아직도 불가해다.

왜? 6•25 참전국이라서? 그러면 미국, 영국부터 해서 에티오피아, 필리핀, 태국, 콜롬비아도 우리 형제여야 한다. 미국은 냉전에서 자기 이익 때문에 참전했다고? 튀르키예는 안 그랬을까? (튀르키예 한국전 파병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m.blog.naver.com/drkedy/223016339353

🇹🇷 튀르키예(터키) 한국전쟁 파병(feat. 지하드)

한편 같은 종교 신자들끼리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당연히 무슬림은 자기들끼리 형제라고 부른다. 현대 이슬람(원리)주의 사상을 정립하고, 알카에다와 에르도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집트 종교운동 이름이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인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슬람권 국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터키 사람들은 – 지금 외모를 보면 상상이 안 가지만 – 스스로를 흉노족의 후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후손이 돌궐족(Göktürk)이다.

서기 620년 기준으로 위 지도 푸른색이 서돌궐, 붉은색이 동돌궐이다. 이때가 우리나라 삼국시대다. 지도를 보면 고구려와 동돌궐이 지리적으로 가까웠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중화제국(Çin)에 맞서 같은 알타이어족으로서 동맹을 맺고 싸웠기 때문에 고대부터 형제였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 간 친선도모는 좋지만 거짓말과 미화도 정도껏 해야 한다. 한국어는 알타이어족도 아니고 둘 다 언어도 다르다. 이웃 간에도 주차랑 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나는데 고구려와 돌궐이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운 일이 없었을까?

위 지도를 보는 터키 사람들 특히 극우민족주의자들은 소위 국뽕이 차오른다. 이들은 만리장성 밖 초원지대가 조상의 영역이었고 중원까지 진출은 못했지만, 주변부 고구려 같은 나라는 자기 밑에 있던 나라로 생각한다. 이런 역사관의 연장선에서 돌궐 영역에 있던 오늘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당연히 동생의 나라고, 여기에 추가로 한국과 일본까지도 같은 알타이어족 - 일본어도 알타이어족이 아니다 - 이라고 인심 쓰듯이 동생으로 껴준다.

그래서 난 우리나라와 튀르키예 관계를 좋은 파트너, 6•25로 맺어진 우방이나 혈맹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형제의 나라는 역사적•종교적•언어적으로도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를 최상위 형님으로 하는 위계질서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썩 달갑지 않다.

그나저나 한 방송에서 튀르키예 전문가라고 어떤 교수가 나와서 에르도안이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과 통합을 통해 오스만제국의 부활을 꿈꾼다고 했는데 오스만제국은 중앙아시아 근처로 진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터키 오래 살아서 터키말 좀 할 줄 안다고 한국에 와서 아무 대학 교수 타이틀 달고 언론에 전문가라고 나오는 사람들 수준이 참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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