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유럽이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갔다고 배운다. 그런데 서기 330년부터 로마제국의 수도는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현 이스탄불)이었고, 이쪽 동로마/비잔티움제국은 1453년까지 살아있었다. 1453년, 비잔티움 제국, 즉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나라가 바로 오스만제국이다.
전에 '파노라마 1453'이라는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가면 1453년 오스만제국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어떻게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했는지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해 놓았다 (아래 사진 참조).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바로 그리스 친구로부터 기분 나쁜 사진을 올린 의도가 뭐냐고 항의 – 반대로 콘스탄티노플 함락(fall)이라고 쓰니 터키애들이 정복(conquest)이라고 거품을 물었다 - 를 받았다. 그리고 무슨 예언서가 있다면서 언젠가 콘스탄티노플을 다시 찾아 하기아소피아Hagia Sophia) 성당에서 예배를 드릴 날이 올 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그리스인이 꽤 된다.


아직도 이스탄불을 '그 도시'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부르며 마치 황성 옛터를 순례하듯이 성당에서 모스크, 모스크에서 박물관,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바뀐 아야소피아(Aya Sofya)/하기아소피아에서 위 사진처럼 정신승리를 시전 하기도 한다. 정교의 맏형 격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성당도 이스탄불에 있다 (아래 사진). 따라서 그리스인들에게 역사적•정신적으로 아테네보다 더 중요한 곳이 콘스탄티노플이다.

내 블로그에서 반복되는 주제지만 로잔 조약으로 그리스-튀르키예 간의 국경은 – 튀르키예가 전에 맺은 세브르 조약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 하에서 – 확정되었다 (로잔 조약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클릭).
https://m.blog.naver.com/drkedy/223164690401
🇹🇷 로잔 조약 100주년 특집
튀르키예 공화국의 근간이 된 로잔 조약이 오늘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로잔 조약의 중요성과 이를 둘러...
blog.naver.com
그러나 그리스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영토는 단순히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수복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꿈을 반영한 지도(아래)를 보면, 국뽕에 취한 그리스도 충분히 트러블메이커가 될 자질이 엿보인다.

따라서 그리스도 현실을 직시해야 된다. 그리스 전체 인구가 약 1,000 명인데 이스탄불 시 인구만 1,400만 명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도발했다가 먹히는 수가 있다. 그나마 에게해에 있는 거의 모든 섬을 가졌으니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
나토 아래 한 가족이지만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언제든지 바다와 하늘에서 국지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2023년 튀르키예 강진과 그리스 산불 때문에 둘 다 잠시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로잔 조약이 만든 이 지역의 질서는 완벽하다. 어느 쪽이든 로잔 조약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군비증강 더 나아가 수정(revision)하려고 직접 행동에 옮기는 쪽이 빌런이다.
https://youtu.be/Hfoe-A-0Djg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244379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김덕일 - 교보문고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민주주의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장 총통-칼리프를 꿈꾸는 에르도안의 실체《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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