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터키) 이재민과 에르도안의 아방궁

튀르키예 남부 강진으로 현지 주민들은 집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이어 배고픔과 추위로 큰 고초를 겪고 있다. 외신과 SNS로 알 수 있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정부 측 구조대가 한 번도 온 적이 없으며 먹을 것 마실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튀르키예 지상파 TV와 메이저 언론사는 —에르도안에 충성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다. 당연히 정부 보도자료는 에르도안을 낮은 자세로 아픔을 보듬는 따뜻한 지도자로 그려내고 있다.

지진 현장에서 앞에 아이들을 세워놓고 기자회견하는 에르도안. 출처: 튀르키예 대통령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재민이 머물 수 있는 텐트를 설치했다(아래 사진).

출처: 튀르키예 재난관리국

텐트촌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에르도안의 악사라이(Aksaray), 이른바 '흰 궁궐'이다(아래 사진). 흰 궁궐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초호화 복합시설로 1,100개 이상의 방이 있다.

원래 총리 관저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2014년 전대미문 의원내각제의 직선제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은 이전 대통령들의 오래된 관저를 총리에게 주고, 이곳을 대통령 관저로 선택했다.

물론 열악한 이재민 텐트촌이 대통령궁만큼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에르도안이 과연 20년여간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냐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총리로서 집권 1기(2003—2007)에 반짝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했고 —그것도 이전 정권과 IMF의 정책 결과물이었다. 당시 경제장관은 현재 야당 대표다— 이후 에르도안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강화•영구화하는 데에만 관심을 보였다(아래 링크).
https://drkedy.tistory.com/m/54

🗳🇹🇷 튀르키예는 유신독재 전야?

경제적으로는 토건세력과 유착하여 자신과 그 일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국가를 사유화했다. 한마디로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부패 카르텔이 튀르키예를 지배"하고 있다(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p. 195). 에르도안 집권 기간 축적된 비리가 이번 대지진의 피해를 키웠다(아래 링크).
https://foreignpolicy.com/2023/02/10/turkey-earthquake-erdogan-government-response-corruption-construction/

How Corruption and Misrule Made Turkey’s Earthquake Deadlier

2023년 5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나는 튀르키예에서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지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다.

2002년의 데자뷔 같다. 1999년 지진과 2001년 경제위기의 여파 속에서 2002년 총선 당시 에르도안은 실용적이고 참신한 이미지로 정권을 획득했다. 2023년 그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인가? 선거가 제 날짜에 열릴지 공정할지 벌써부터 의심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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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김덕일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