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봄: 전두환 & 케난 에브렌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될 때까지 대한민국을 한 개인과 그의 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짓밟은 —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현대사와 데칼코마니같이 비슷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터키, 튀르키예다.

전두환이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성공시키고 1980년 5•17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자기 세상을 만들었을 때,

전두환

튀르키예에서도 1980년 9월 12일 터키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를 접수했다 (아래 사진).

쿠데타 주모자는 참모총장 케난 에브렌(Kenan Evren)이었다 (아래 사진).

케난 에브렌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속주의의 수호자'로서 당시 터키군의 특별한 지위와 역할은 차치하더라도 쿠데타는 분명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쿠데타에 관한 괜찮은 영화 하나가 있다 (아래 사진).

영화 《Babam ve Oğlum》

암튼 에브렌 한국과 인연이 있다. 1958~1959년 터키군 여단 소속으로 한국에서 복무한 적이 있다 (아래 사진).

분명 에브렌도 같은 해에 먼저 일어난 한국의 쿠데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보위 같은 군사 평의회를 만들어 군정을 실시했다.

전두환은 체육관에서 1980년 8월 27일 11대 대통령, 개헌 후 1981년 2월 25일 '7년 단임' 12대 대통령이 되었다. 에브렌도 1982년 11월 9일 '7년 단임' 대통령이 되었다. 터키는 의원내각제라서 총리에게 실권이 있었지만 대통령으로서 에브렌의 권한은 막강했다.

이렇게 시간 순서만 보면, 에브렌이 전두환을 벤치마킹한 느낌이다. 따라 하지 않았다 해도 둘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

1982년, 에브렌은 튀르키예 대통령 최초로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젊은 시절 군 생활했던 곳에 대통령이 되어 왔으니 감회가 새로웠으리라. 기념우표까지 나왔다.

그리고 전두환의 환대를 받았다. 만찬장에서 전두환은 에브렌의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칭송했다.

전두환과 에브렌. 가운데는 에브렌의 딸

독재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그럼 이 두 인간 치하 1980년대 양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 그게 내 논문 주제였으니 가능한 한 빨리 한글책으로 출간할 생각이다. 오늘은 별로 유쾌한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 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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