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마을 딴 가족

🇹🇷 튀르키예 대선 정체성 정치 [ft.알레비]

닥터 케디 2023. 4. 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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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4일 튀르키예 대선을 앞두고 정체성(identity)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번 야당 정치인들을 분석하면서 튀르키예에서 정체성, 특히 종교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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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대선 야권 잠룡 분석

한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을 끝장내는데 출생, 사상, 종교 등 정체성을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 정치인의 출생지를 거론하거나 그를 빨갱이나 친일파로 몰고 가는 방법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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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세속주의자 정치인도 이슬람교도(무슬림)로서 금요일 낮에 이슬람사원(모스크)에 가서 기도를 하고, 라마단 기간 낮에 단식을 하고 저녁때 만찬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

여기서 말한 이슬람은 정확히 말해서 수니파(Sunni) 이슬람이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 대부분이 수니파 이슬람이고 시아파(Shia) 이슬람은 이란을 비롯해서 소수다. 특히 1517년부터 1924년까지 오스만제국 술탄은 제국이 망한 1922년 후에도 수니파 이슬람의 지도자, 칼리프(Caliph)였다.

따라서 에르도안 같은 튀르키예의 이슬람주의자들은 자신이 수니파 이슬람의 적통이자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에르도안이 국제무대에서 오지랖을 떠는 데에는 이런 역사적•종교적 배경이 깔려있다. 이에 대해 아랍국가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와 1517년 칼리프 자리를 튀르크인들에게 빼앗긴 이집트는 까불지 말라는 반응이다.

여기서 이슬람의 소수인 시아파 그 시아파 중에서도 현재 튀르키예 지역에 자리를 잡았던 종파가 알레비(Alevi)다. 알레비는 특이하게 이슬람사원이 아닌 지혜의 집이라는 젬에비(Cemevi)에서 남녀가 같이 예배를 한다. 알레비는 기도와 단식과 거리가 멀고 술 마시고 다 한다. 젬에비에 가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면서 사위였던 알리(Ali) 그림이 걸려있다.

알리


세계사를 돌이켜보면 타 종교에 대해서는 관용이 있을 수 있어도 이단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관용만이 존재했다. 오스만제국이 제국 내에서 기독교• 유대교는 허용했어도 알레비는 철저히 박해했다. 지금도 알레비는 차별을 받고 있다. 굳이 커밍아웃해서 좋을 게 없다. 튀르키예에서 그 비율도 10–25%라고 추정할 뿐이다.

에르도안의 경쟁자 케말 클르치다르오을루가 –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 자신이 알레비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출처: 케말 클르치다르오을루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케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보기에 불편한 분들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라마단이 끝난 후 묘지를 방문했다가 사람들로부터 케말은 파티하(Fatiha, 코란 1장)도 모른다는 비난을 들었다.

출처: 메댜스코페


그리고 성자의 묘소를 참배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가기도 전에 저지를 당했다. 갔으면 진짜 맞을 뻔했다.


반면 에르도안에게 종교와 그 상징은 유용한 정치적 도구다. 우리에게 블루모스크(Blue Mosque)로 유명한 술탄아흐메트(Sultan Ahmet) 모스크 복원 공사 완료 기념으로 그 안에서 연설을 했다. 참고로 에르도안은 이맘으로 취업할 실업계 종교학교 출신이라서 코란을 잘 읽는다.

출처: RTE


종교를 근거로 여당은 케말이 LGBT•테러조직•외세와 연계되어 있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반면, 에르도안은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박물관을 아야 소피아(Aya Sofya) 모스크로 만들어 이슬람교도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과 유럽에 맞서 튀르키예를 자주적 결정권을 가진 나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와 그 가치로 갈라치기하는 이런 전략이 튀르키예에서 통할까? 아무리 터키애들이 술 마시고 나일론 신자가 많다고 해도 유럽에서 신앙심(religiosity)이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다. 파란색•남색에 가까울수록 종교적이다(아래 그림).


선거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내가 소개했던 야권 잠룡 3명 중에 가장 약점이 많은 케말이 후보가 되었을 때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에르도안이 자기 세상이 될 때까지 속내를 철저히 숨겨온 걸 생각하면, 케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중요한 시기에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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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예스24

민주주의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장총통-칼리프를 꿈꾸는 에르도안의 실체『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튀르키예 공화국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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