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대선 야권 잠룡 분석
한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을 끝장내는데 출생, 사상, 종교 등 정체성을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 정치인의 출생지를 거론하거나 그를 빨갱이나 친일파로 몰고 가는 방법을 쓴다. 종교를 가지고 걸고넘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 튀르키예에서 대권을 잡으려면 이슬람주의자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기반한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는 정치세력—라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이슬람주의자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중도우파 보수민주주의자 코스프레를 했던 에르도안이 그랬다. 물론 군부•사법부•언론을 장악하자 이슬람주의자의 본색을 드러냈다.
종교적 가치가 부상하면서 세속주의 정치인도 유권자에게 '수니파 무슬림 터키인'이라는 정체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기준으로 야권 잠룡들을 하나씩 따져보자.
법적 제한은 없으나 무신론자, 비무슬림, 쿠르드족에게 국회의원은 몰라도 대권은 힘들다. 무슬림 터키인 중에서도 다수 수니파가 아닌 소수 시아파 분파인 알레비(Alevi) 정치인은 대권을 노리기 쉽지 않다.

위 사진 가운데가 최대 야당 공화인민당 대표 케말 클르치다르오을루(Kemal Kılıçdaroğlu)다. 1948년생으로 1954년생 에르도안보다도 나이가 많고, 결정적으로 알레비다. 대권에 마이너스다.
사진 왼쪽이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맘오을루(Ekrem İmamoğlu)다. 에르도안의 표밭인 흑해 지역 출신에 1970년생이다. 이스탄불 시장을 거쳐 총리를 했던 에르도안에게 가장 성가신 존재다.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 당시 이맘오을루가 그리스인 정교도라는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얼마 전에는 1심에서 정치활동금지 판결도 나왔다. 그 와중에 이맘오을루는 메카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수니파 무슬림 맞다. 클르치다르오을루보다는 플러스지만 사법 리스크가 있다.
사진 오른쪽이 앙카라 시장 만수르 야바쉬(Mansur Yavaş)다. 1956년생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잠룡 중에 지지율이 제일 높다. 에르도안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가장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쿠르드족 정당이 터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야바쉬를 얼마나 지지할지가 변수다. 그리고 에르도안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야바쉬를 가만둘 리가 없다. 사법 리스크는 만들면 된다.
어느 나라나 정권교체는 어렵다. 일단 10%가량의 득표율을 가진 쿠르드족 정당이 후보를 내지 말고, 공화인민당과 협상 중인 6개 야당이 위 셋 중 하나를 단일후보로 밀어야 20여 년 만에 튀르키예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까 말까 한 상황이다. 그것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치러진다는 전제하에서.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YES24
민주주의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장총통-칼리프를 꿈꾸는 에르도안의 실체『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튀르키예 공화국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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