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와 정치
외국에 살다 보면 응원하는 스포츠팀 하나 정도 있으면 좋다. 배구선수 김연경, 축구선수 김민재가 뛰었던 페네르바흐체(Fenerbahçe)는 갈라타사라이•베쉭타쉬와 함께 튀르키예 3대 명문 스포츠 클럽이다. 베쉭타쉬 팬인 내가 가장 싫어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저께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페네르바흐체 서포터가 "정부는 퇴진하라"는 정치구호를 외쳤다(아래 링크).
https://twitter.com/cumhuriyetgzt/status/1629534210212995072?t=z3_pMibe6WfsKyhyRb_uZw&s=19
트위터에서 즐기는 Cumhuriyet
“Katarlı yayın kuruluşu beIN Sports sesi kesti Fenerbahçe tribünlerinde 'hükümet istifa' sloganlar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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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관제데모 빼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역시나 서포터가 조직적으로 모인 스타디움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처음으로 표출되었다.
돌이켜보면 페네르바흐체 팬들 무섭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베쉭타쉬 감독 셰놀 귀네쉬(Şenol Güneş)가 페네르바흐체 원정 갔다가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체에 머리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난 그걸 생중계로 봤다.

한술 더 뜨는 애들이 베쉭타쉬 서포터 차르쉬으(Çarşı)다. 베식타쉬 차르쉬으 지역에 살았을 때 생생히 겪은 바 얘네는 경기가 있는 날 광장에 모여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에 홍염을 발사한다. 정치적으로도 반골 기질이 강한 집단이다. 만약 반정부 시위가 나면 얘네가 선봉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제 베쉭타쉬도 홈경기에서 정부 퇴진 구호를 외쳤다(아래 링크).
https://twitter.com/KingcArsi/status/1629899343695159296?t=HAfeLqqHqEtCQzkaPzmseg&s=19
트위터에서 즐기는 çArşı
“Kulüpler kötü yönetildiğinde "YÖNETİM İSTİFA" deriz. Ülke kötü yönetildiği zaman da "HÜKÜMET İSTİFA" deriz. Demokrasilerde bu böyled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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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지진피해 지역 어린이에게 줄 장난감을 피치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아래 링크).
https://twitter.com/ftm_krgc/status/1629883738644439040?t=08FwybCu-c8qeWASmbtdFA&s=19
트위터에서 즐기는 Fatma Karaağaç
“Beşiktaşlı taraftarlar, yanlarında getirdikleri oyuncakları depremzede çocuklarımıza gönderilmesi için sahaya att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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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만 가지고 판단하기 힘들지만 경제위기 속 이스탄불 젊은이들의 누적된 분노가 지진 피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맞물려 부글거리는 것 같다. 에르도안이 피해자들에게 지진을 '운명의 계획'으로 받아들이라 했거늘 불충한 청년들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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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김덕일 - 교보문고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민주주의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장 총통-칼리프를 꿈꾸는 에르도안의 실체《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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