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마을 딴 가족

🕊📝 튀르키예(터키) 공화국과 로잔 조약

닥터 케디 2023. 2. 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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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왕조의 마지막은 추하다. 1922년 외세에 빌붙어 생명을 연장하려던 술탄이 영국배를 타고 몰타(Malta)로 떠나면서 오스만제국은 초라하게 끝이 났다. 대신 1923년 7월 24일, 무스타파 케말 파샤(훗날 아타튀르크)와 이스메트 파샤가 이끄는 튀르크 민족주의 세력은 그리스와의 독립(해방)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잔 조약(Treaty of Lausanne)'을 체결했다.

로잔 조약에 서명하는 튀르키예 대표 이스메트 파샤(아랫줄 가운데)

로잔 조약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1920년 오스만제국이 승전국과 맺었던 굴욕적인 세브르 조약(Treaty of Sèvres)을 폐기하고, 당시 튀르크 민족주의 세력이 차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토를 확보한 상태에서 —하타이(Hatay)는 1939년 편입— 새로운 주권국가 튀르키예(터키) 공화국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다. 즉, 현재 튀르키예는 로잔 조약이 만든 국제질서의 산물이다.

그런데 튀르키예에서 극우민족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는 공화국의 정통성과 그 근거인 로잔 조약을 부정해 왔다. 이들은 로잔 조약을 서구 열강이 튀르키예 발전을 막은 불평등한 조약으로 간주하고 로잔 조약의 '비밀조항' 때문에 튀르키예가 에게해 섬, 발칸 반도,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해협, 현재 시리아의 알레포와 이라크 모술•키르쿠크를 내주었다고 비난한다.

튀르키예에서는 2023년 로잔 조약 체결 100주년이 되면 그 효력이 만료되고, 그에 따라 튀르키예가 해협의 주권과 잃었던 영토를 되찾고 서구 열강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경제개발을 하게 된다는 음모론이 마치 예언서처럼 인기를 끌어왔다. 더욱이 에르도안을 찬양하는 국내 ㅇ모 교수도 버젓이 음모론을 저널에 쓴 것을 보고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해도 국내에서 알아챌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대학 학생들이 참 불쌍타.


2023년 1월이 되자 음모론 신봉자들은 큰 변화를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튀르키예는 로잔 조약에 이후 1936년 '몽트뢰 협정(Montreux Convention)'을 통해 보스포루스 해협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경제발전과 자원개발에 방해를 받은 적도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냉전기 미국으로부터 많은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받았다. 시리아와 이라크로부터 이권을 가져오거나 돌려받을 땅도 없다. 비밀조항이 있다 치자. 100년 지났으니 땅을 내놓으라고 하면 시리아와 이라크가 "네, 드릴게요"라고 할까?

로잔 조약 음모론이 거짓이라고 일갈한 튀르키예의 저명한 역사학자 일베르 오르타일르(İlber Ortaylı)


문제는 아타튀르크의 업적을 지우고 오스만제국을 띄우려는 이슬람주의자 에르도안이 로잔 조약을 인정하려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연하게 현재 국경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에게해에서 그리스와의 긴장을 고조하고, 시리아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팽창주의적 야욕을 드러내왔다. 로잔 조약의 부정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촉발할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공화국의 정통성을 흔들려는 계산된 행위다.

2023년 대선•총선을 앞두고 에르도안은 로잔 조약에 개의치 않고 오스만제국을 계승하여 '위대한 튀르키예'를 부활시키는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이어 2월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이에 대한 에르도안 정권의 미흡한 대처는 많은 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튀르키예에 필요한 지도자는 대제국의 술탄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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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YES24

민주주의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장총통-칼리프를 꿈꾸는 에르도안의 실체『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는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튀르키예 공화국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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