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만제국은 역사 속에서만
예전에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영토를 상실했으나, 잃은 땅을 안에서 되찾자는 달가스(Dalgas)의 운동으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얘기가 교과서에 있었다.
이상적인 나라는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는 나랏일 게다. 그러려면 국민소득과 복지수준이 높아야 하고,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도 보장되어야 한다. 세련된 소프트파워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브루나이 이런 나라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지금은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꽤 보인다. 대표적으로 중국몽이 떠오른다. 일대일로랑 시진핑 행보를 보면 상당히 후지다.
현 세계질서가 다극 체제라고 생각하고 중국몽에 버금가는 오스만몽을 꾸는 나라가 바로 튀르키예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환상적인 위치에 대한민국 면적 거의 8배에 달하는 국토와 8천만 명의 인구를 가졌다. 명민한 지도자라면 이런 좋은 조건을 활용해서 튀르키예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찍은 1인당 GDP US$12,500를 10년째 회복하지도 못하고 경제 위기로 국민들은 죽을 맛인데 종교를 매개로 오스만제국 부활을 꿈꾸면 그게 정상일까? 에르도안 머릿속에 있는 정신적인 영토는 아래와 같다.

민트색이 에르도안이 자신의 롤 모델로 생각하는 19세기 말 술탄 압뒬하미드 2세 당시 오스만제국이다. 기독교도가 많은 발칸반도는 거의 다 날리고 지금 아랍 지역만 남은 상태다. 대신 그만큼 제국 안에서 이슬람으로 종교적 동질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때 이스탄불 중앙정부의 생각은 튀르크인과 아랍인은 같은 무슬림 형제니 오스만제국 안에서 계속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물론 개화된 튀르크인이 사막의 아랍인을 계속 지배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왜 그렇게 에르도안이 수니파 이슬람을 강조하면서 중동•북아프리카 아랍 지역에 개입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르도안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이든 아랍의 봄이든 옛 오스만제국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에르도안이 보기에 오스만제국 부활에 제일 걸림돌이 역설적으로 튀르키예 국민들이다. 오스만제국처럼 수니파 이슬람의 맹주가 되려면 평상시에도 코란 기도문을 줄줄 외울 정도로 독실한 무슬림이어야 하는데 대다수 국민은 무늬만 이슬람이지 코란을 못 읽는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 모로코가 아랍 국가 최초로 4강에 갔다고 어용언론들은 튀르키예도 같이 기뻐해야 된다고 부추겼는데 많은 국민은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
이슬람을 공통분모로 튀르크인과 아랍인을 합치기 위해서 에르도안이 꺼낸 카드가 교육을 통한 이슬람화다. 모스크에서 예배 인도하는 이맘을 키우는 종교학교를 늘리고, 국공립 학교 교과과정에 종교적 내용을 대거 삽입했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초단기 해법이 바로 시리아•이라크 출신 아랍인에 수니파 이슬람인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난민을 무작정 받는 거다. 이렇게 하면 튀르크인(Türk)의 세속적 민족국가(nation-state) 튀르키예(Türkiye)를 빠른 속도로 와해시키고 아랍화•이슬람화할 수 있다. 이른바 '문화전쟁'이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이흐산 다으(İhsan Dağ) 같은 튀르키예 유명한 정치학자들이 다 우려하는 소리다.

천만 명이 넘는 난민 때문에 국민들이 불편, 특히 여성들이 불안을 호소해도 에르도안은 귓등으로도 들을 생각이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튀르키예 난민 문제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https://m.blog.naver.com/drkedy/223144609893
⛺️🇹🇷 난민 얘기를 해보자 - 1
한 가지 현상을 두고도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나는 지난 6월 6일 방영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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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에르도안의 이슬람주의 정의개발당(AKP) 정권의 의도를 정확히 꼬집는 아래 카툰을 보자.

위에 보다시피 정의개발당 정권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했다. 목마 안에서 아랍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반대로 아랍인들이 오매불망 튀르키예 중심의 오스만제국 부활에 목말라하고 있을까? 시리아와 레바논에는 순교자의 날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에 저항했던 아랍 민족주의자들을 기리는 날이다. 튀르크인에게 정복•지배 당한 역사를 아랍인은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 오스만제국은 역사 속에 모셔두자. 에르도안의 야무진 꿈과 달리 많은 튀르크인과 아랍인은 더 이상 서로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튀르키예 경제력•군사력으로는 오스만제국 부활은 턱도 없다. 지금은 이웃 국가들과 친선을 유지하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내실을 다질 때지 헌법에 명시된 세속•민족 국가의 근간을 흔들 때가 아니다. 윗분은 평천하(平天下)를 논하기 전에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이나 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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