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도안의 봄날은 간다 🌸

올해는 벚꽃도 일찍 피었는데 오늘 비까지 내리면서 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나에게 봄은 벚꽃이요, 지고(至高)의 순간이다.

누구에게나 봄날은 있다. 튀르키예 관한 책을 쓴 저술가로서 말하자면 막장으로 치닫는 에르도안과 그 정당도 봄날이 있었고, 당시 인재들이 있었다. 오늘 그중 세 명을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소개할 사람은 압둘라 귈(Abdullah Gül)이다. 당초 집권여당 정의개발당은 지금처럼 에르도안 개인정당이 아니었다. 공동창업주로서 귈의 지분도 있었다. 같은 이슬람주의자지만 막무가내 행동파 에르도안과 달리 귈은 이스탄불대 박사다. 겉보기에는 조지 클루니와 심형래를 합친 느낌이다. 한마디로 쌍두마차 시대였다(아래 사진).

좌 에르도안 우 귈

귈은 에르도안 정부 1기(2003–2007)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냈고, 에르도안이 무지 싫어했던 세속주의자 아흐메트 네지데트 세제르(Ahmet Necdet Sezer)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마자 국회에서 정의개발당이 숫자로 밀어붙여서 최초로 이슬람주의자 대통령(2007–2014)을 지냈다(에르도안이 미워했던 세제르 대통령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귈은 정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https://drkedy.tistory.com/m/111

🇹🇷 에르도안이 눈치보던 시절

두 번째는 알리 바바잔(Ali Babacan)이다. 바바잔은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땄다. 에르도안 정부에서 경제 담당 장관(2002–2007)으로서 - 지금까지도 에르도안과 그 지지자들이 우려먹는 - 경제성장과 안정을 이끌었고, 외무부 장관(2007–2009), 부총리(2009–2015)를 지냈다(아래 사진). 그런데 정의개발당을 탈당했다.

좌 바바잔 우 에르도안

경제가 바바잔이면 외교에는 아흐메트 다부트오을루(Ahmet Davutoğlu)가 있었다. 튀르키예 최고 명문 – 이스탄불대는 학생수만 많다 – 보아지치대 박사다. 정치인보다는 교수에 가까운 타입이다. 미키마우스를 닮은 외모에 결혼 안 한 따님이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에르도안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2009–2014), 총리(2014–2016)까지 지냈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였는데도 에르도안이 당과 정부를 이끌었다. 그냥 바지사장이었다(아래 사진). 그리고 정의개발당에서 나왔다.

좌 다부트오을루 우 에르도안

 

다부트오을루•에르도안•바바잔 시절

현재 정의개발당에는 예스맨만 남은 상태고, 주요 정부부처는 에르도안처럼 코란을 공부한 종교학교 졸업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최소한 자유, 인권, 민주주의, 삼권분립, 수요와 공급이 뭔지 배운 사람이 에르도안 밑에서 일하면 자괴감이 들법하다.

아무튼 에르도안 정부의 성공에 기여했던 귈, 바바잔, 다부트오을루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귈은 며칠 전 언론에 나타나 옛 동지 에르도안이 아닌 야당 대통령 후보 간디 케말 아저씨와 만났다(아래 사진).

좌 케말 우 귈

10년 전만 해도 이런 장면이 나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간디 케말 아저씨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6개 야당 대표와 협상이 있었다. 그중 2개 당대표가 경제의 바바잔과 외교의 다부트오을루였다. 이 둘은 간디 케말 아저씨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아래 사진).

다부트오을루•케말•바바잔

물론 간디 케말 아저씨가 대선에서 이기면, 한 자리 얻으려고 이러는 것이겠지만,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이 정말 아니긴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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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