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를 좋아하는 독재자
스페인 마드리드에 갔을 때 《게르니카》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전시실 전체를 차지할 정도의 그 엄청난 크기에 놀랐다(아래 그림).

이 그림은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폭격 당한 게르니카시(市)의 참상을 그리고 있는데 그 스페인 내전을 일으키고 나치 독일이 게르니카를 폭격하도록 한 장본인이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다.
내전 당시 프랑코는 '하나의 조국, 하나의 국가, 하나의 지도자(Una Patria, Un Estado, Un Caudillo)'를 내걸었다(아래 사진).

내전에서 승리한 후 1975년까지 총통(Caudillo)으로 천수를 누리다 갔다. 권선징악이 안 된 케이스다.
총통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간이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다. 히틀러 총통(Führer)도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하나의 지도자(Ein Volk, Ein Reich, Ein Führer)'를 외쳤다(아래 사진).

철저히 자기 기준에서 '하나'를 강조하는 지도자의 국가는 하나 같이 다 전쟁•독재•전체주의의 광기를 경험하거나 그 잠재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한 명을 더 소개해본다(아래 사진).

스페인을 40년 통치한 프랑코에 한참 모자란 20년 집권 중인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은 '하나의 조국, 하나의 깃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Tek Vatan, Tek Bayrak, Tek Millet, Tek Devlet)'를 강조한다. 프랑코와 히틀러의 캐치프레이즈와 비슷하다. 겸손하게 '하나의 지도자'는 뺐다.
여기서 에르도안이 선거로 뽑혔으니 민주적 지도자고, 튀르키예를 무너뜨리려는 테러와 외세에 맞서 단결을 외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다. 쉽게 말해 선거에서 이겼다고 지도자가 자기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일본 자민당이나 스웨덴 사민당처럼 장기집권할 수 있지만, 단결을 내세워 권력을 한 개인에게 집중시키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국가는 민주주의체제라고 볼 수 없다.
자꾸 언론에서 에르도안을 술탄이라고 하는데 당시 전제군주들과 비교했을 때 오스만제국 술탄은 적어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에르도안은 프랑코와 히틀러의 뒤를 있는 총통으로 부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에르도안이 다가오는 대선 승리로 프랑코 기록을 깨는데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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